제목 | 조류와 인간 바이러스 섞은 키메라, 만능 독감 백신 첫 성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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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임상의약학과 | 등록일 | 2020-12-08 | 조회 | 41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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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와 인간 바이러스 섞은 키메라, 만능 독감 백신 첫 성공<조선일보 2021. 12.8> https://www.chosun.com/economy/science/2020/12/08/FXBQ7J5QQJHZRAIWARB5JXYPAI/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에 대유행하면서 매년 찾아오는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코로나처럼 치명적인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까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머지않아 최소한 독감에 대한 걱정은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모든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범용 백신이 처음으로 인체 대상 임상시험에서 효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상용화되면 한 번 독감 백신을 맞으면 면역력이 몇 년씩 지속돼 백신 접종 횟수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대의 플로리언 크레이머 교수 연구진은 지난 7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모든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범용 백신을 개발해 임상 1상 시험에서 기존 독감보다 부작용이 적고 강력한 면역반응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크레이머 교수는 “모든 종류의 계절 독감은 물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독감 대유행에도 대비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해 인체에서 시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임상 2, 3상에서도 백신의 효능이 계속 확인되면 매년 독감 백신을 맞지 않고 몇 년에 한 번만 맞아도 된다”고 밝혔다. ◇변이 많은 바이러스 머리 대신 줄기 공략백신은 독성을 없앤 바이러스를 인체에 주사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원리다. 바이러스를 한 번 경험한 인체는 실제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바로 면역단백질인 항체를 분비해 감싸 버린다. 항체가 결합한 바이러스는 다른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는다. 독감 백신이 유도하는 항체는 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돌기인 헤마글루티닌에서 머리 부분에 결합한다. 문제는 돌기의 머리 부분이 돌연변이로 인해 해마다 달라진다는 점이다. 매년 새로 백신을 개발해 접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크레이머 교수 연구진이 개발한 범용 백신은 바이러스의 헤마글루티닌 돌기에서 머리 대신 그 아래 줄기에 달라붙는 항체를 생산하도록 유도한다. 돌기의 줄기는 머리보다 돌연변이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줄기에 달라붙는 항체는 모든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연구진은 51명에게 범용 백신을 주사해 1명을 제외하고는 부작용 사례가 없었다고 밝혔다. 백신 주사를 맞은 사람은 가짜약을 주사한 15명보다 훨씬 많은 항체가 생성됐다. 면역반응이 유도된 것이다. 임상 1상 시험은 안전성만 시험한다. 하지만 연구진은 별도의 동물실험으로 효능도 확인했다. 백신을 맞고 생성된 인간 항체를 생쥐에게 투여하고 일부러 독감 바이러스에 노출시켰다. 항체를 투여한 생쥐는 다른 생쥐보다 체중 감소가 덜 나타나 독감에 대한 면역력이 형성됐음을 입증했다. 밴더빌트 의대 백신연구소장인 제임스 크로 교수는 사이언스지 인터뷰에서 “독감 바이러스의 돌기 줄기 부분에 대한 항체가 모든 종류의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는 가설을 시험한 엄청난 결과이자 범용 백신을 위한 중요한 첫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조류와 인간 바이러스 섞은 키메라 백신범용 백신은 많은 연구자들이 도전했지만 개발이 쉽지 않았다. 인체가 바이러스의 돌기 머리 부분에 대해 더 강력한 면역반응을 보여 줄기에 대한 면역반응이 희석됐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른바 ‘키메라 백신’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신화에 나오는 키메라가 여러 동물의 몸이 섞인 것처럼 각기 다른 바이러스의 돌기를 섞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바이러스 돌기의 머리 부분은 조류 독감 바이러스의 머리로 만들었다. 줄기는 사람 독감 바이러스에서 가져와 둘을 하나로 결합한 백신을 개발했다. 크레이머 교수는 “인체는 낯선 조류 독감 바이러스의 돌기 머리 부분은 지나치고 익숙한 사람 독감 바이러스의 돌기 줄기에 대해서만 강력한 면역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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